2022. 3. 20. 11:54ㆍ책을 읽읍시다
요즘 문학을 읽고 있다. 어릴 적에 유행했던 책인데 그 당시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나이가 들어 그 유명한 책을 한 번은 읽어보고 싶어 도전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그렇게 유명한 건지 궁금해서.
읽어보니 내용이나 글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걸 왜 못 읽었지 싶을 정도로 가벼운 동화 느낌이라 몰입하면 마음이 붕 뜬 느낌도 든다. 요약하자면 양치기가 보물을 찾아 세상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통찰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과식으로 사고하는 나에게는 추상적이다. 자아의 신화, 은혜의 섭리, 만물의 정기 같은 그럴 듯한 말들로 운명론을 주장하는 느낌인데 삶이란 단지 우연의 연속이 아니던가.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시크릿류 서적 느낌도 나고 종교적인 색도 강하다. 어릴 적이라면 맹신하고 좋아했을 텐데 나는 터무니 없는 현대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양치기의 인생을 통해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생각해보면 변변찮은 연락 수단도 없는 과거의 양치기가 고독하게 바다를 건너 사막을 여행하기 위한 용기는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넘어설 수 없을 듯한 좌절의 벽을 마주했을 때 그 시련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내 발목을 붙잡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데 나의 때는 지나갔을까? 나는 내 인생의 보물을 찾기 위해 도전하며 살고 있나?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의 선택을 믿고 설령 보물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소중한 것에 만족할 수 있는지?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뭐 그게 나의 선택일 수도 있지. 세상은 동화가 아니기에 추상적인 정신 승리보다는 구체적인 현실의 행복도 중요하거든.
나는 사막을 성공적으로 여행하고 보물을 찾아내는 주인공보다는 사막에서 도적을 만나 죽임을 당하는 인생이 훨씬 많고 그 삶이 굉장히 비참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현실에 안주했는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어둔다.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세상이 더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납의 역할을 다하고,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연금술사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거야. 우리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나아지기를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진다는 걸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게 핵심이 아닐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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